나는 제주에서 여행을 설계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수많은 이들의 표정을 매일 마주한다. 여행자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쁨이 가득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도 숨어 있다. 나는 이 두 얼굴을 모두 보면서 늘 깨닫는다. 기쁨도 아픔도 함부로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불편과 불행을 만날 때가 있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뜻밖의 일정 차질, 작은 다툼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순간 감정을 크게 드러내면 동행한 이들 모두가 더 힘들어진다. 반대로, 환희의 순간을 지나치게 드러내면 그 즐거움은 금세 사라져버린다. 기쁨은 겉으로 쏟아내기보다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어야 그 빛을 유지할 수 있다.
제주의 자연은 이 진리를 매일 일깨워준다. 바람은 늘 불지만, 모든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돌담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풍경을 완성한다. 나 또한 여행을 이끄는 집행자로서, 바람이 불어도 내 마음을 크게 흔들지 않고, 내 기쁨을 조용히 간직하려 한다. 그래야 여행자들이 더 편안히 제주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함이고, 기쁨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그것을 오래도록 누리기 위함이다. 나는 오늘도 여행자들과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이 삶의 지혜를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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