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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골든타임/마음의 돌담

눈을 반쯤 감는 지혜: 관계의 틈을 메우는 관용에 대하여

by 郑师傅 2026. 5. 6.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

우리는 흔히 지혜로운 삶을 위해 '똑바로 보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삶의 파도를 넘다 보면, 때로는 '제대로 눈을 감는 법'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것도 결국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타인을 들이기 전, 그 사람의 성정(性情)과 깊이를 가늠하느라 온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그때의 눈은 서슬 퍼런 칼날처럼 날카로워야 합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인지, 그 사람의 결이 나의 삶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살피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단 내 삶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인연에 대해서는, 그때부터는 눈을 반쯤 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허물을 덮는 여백

세상에 완벽한 돌 모양은 없습니다. 제주의 거친 바람을 견디는 돌담이 견고한 이유는 돌 하나하나가 매끄러워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틈새를 서로가 묵인하며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 선택 전의 안목: 타인의 단점을 직시하고 분별하는 냉정함.
  • 선택 후의 관용: 알고도 모른 척해주고, 보이고도 덮어주는 넉넉함.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고슴도치와 같다"고 했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가시에 찔리고, 너무 멀면 추위에 떱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대의 허물을 반쯤 감은 눈으로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이 고독한 단독자로서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삶을 해석하는 시선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해석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상대의 부족함을 '기만'으로 해석하면 분노가 일지만, '연약함'으로 해석하면 연민이 듭니다.

제주의 바다는 매일 같은 자리에 있지만, 어떤 날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사납고 어떤 날은 한없이 고요합니다. 그 바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 우리 곁의 사람들도 그저 흘러가게 두어야 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눈에 힘을 빼는 과정입니다. 꼿꼿했던 시선을 거두고, 반쯤 감은 눈 너머로 상대의 영혼을 평온하게 바라봐 주는 것. 그 넉넉한 관용이 결국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에게 눈을 반쯤 감아봅니다. 비로소 마음의 결이 고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