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며 멈춰 서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시간을 견디는 일이며, 인내라는 이름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제주의 겨울 바다는 느리다.
파도는 서두르지 않고, 바람은 길게 숨을 고른다.
그 고요한 움직임 앞에서 나는 깨닫는다.
세상에는 저마다의 때가 있다는 것을.
억지로 앞당기려 하면 인연은 끊어지고, 결과는 흐트러진다.
그러나 묵묵히 기다릴 줄 알면, 마침내 와야 할 것은 스스로 제 자리를 찾아온다.
예전의 나는 조급했다.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고, 사람의 마음조차 기다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기다림은 포기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준비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시간이 우리를 멈춰 세우는 이유는 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여백을 주기 위해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음을 다듬고, 흔들리지 않을 중심을 세우게 하기 위해서다.
제주의 돌담 또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바람과 비, 햇살과 어둠이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나야 비로소 하나의 담이 된다.
돌들은 서로의 무게를 견디며 제 자리를 찾고, 그렇게 시간이 쌓여 견고함이 된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기다림 속에서 마음은 깊어지고, 인내 속에서 사람은 성숙해진다.
당장 얻지 못한 시간들이 헛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과정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자.
겨울 바다가 봄을 재촉하지 않듯, 우리 또한 삶을 억지로 끌어당길 필요는 없다.
묵묵히 견디고, 성실히 준비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 된다.
그 기다림의 끝에서
진정 내 것이 될 길은 반드시 나에게로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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