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믿음이 조용히 흔들렸다.
나는 모니카를 다 알지 못하고,
모니카 역시 나를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주 바다를 바라본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 같지만,
어제의 바다와 오늘의 바다는 결코 같지 않다.
빛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파도의 결이 다르다.
사람도 그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우리를 조금씩 바꾸고,
그 변화는 조용히 쌓여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쉽게 말한다.
“나는 그를 안다”고.
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느낀다.
길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함께 걷는 사람 역시 그렇다.
늘 곁에 있는 것 같지만,
그 마음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묻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듣지 않으면 닿을 수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그가 알아주겠지”라는 기대는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당신을 다시 알고 싶다고.
제주 바다가 끊임없이 변하듯
우리의 관계도 흐름 속에 있다.
오래가는 관계는 복잡하지 않다.
사랑은 다 아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알아가려는 마음에 있다.
정사부 한줄 기록
나는 이제 사람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의 그를, 다시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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