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 것과 늙는 것은 다르다."
어제는 배드민턴 회식이 있었다.
기다렸던 만큼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문득 둘러보니 60대는 세 명뿐이었다. 대부분은 젊은 친구들이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내 또래들은 이런 자리에 잘 나오지 않을까.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건강 문제도 있고, 경제적인 부담도 있고, 가족에 대한 걱정도 있을 것이다. 누구의 선택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이런 만남이 주는 가치를 결코 작게 보지 않는다.
세인 멤버들과의 회식은 경제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함께 일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다.
배드민턴 식구들과의 회식은 건강을 위한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함께 운동하고,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웃는 사람들과의 시간이다.
내게 이 두 가지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다.
건강과 경제활동, 그리고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삶의 중요한 축이다.
나는 요즘 삶의 기준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것.
글쓰기의 소재가 되는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내게 이것은 목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다.
반면 또래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가끔 아쉬움을 느낀다.
건강 이야기는 오래 사는 방법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오래 사는 것보다 두 다리로 잘 걷고, 잘 먹고, 잘 살다가 가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식 이야기도 그렇다.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은 그들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믿고 응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 아닐까.
정치 이야기는 사람을 둘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극단은 언제나 대화보다 편 가르기를 좋아한다.
과거 이야기는 후회와 집착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섭섭했던 인간관계 이야기는 결국 타인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도 삶의 일부다.
하지만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결국 바뀌는 것은 없다.
대화는 깊어 보이지만 삶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나는 그런 대화에 쉽게 지친다.
정확히 말하면 또래가 싫은 것이 아니다.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대화가 싫은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세대 차이를 느끼고, 대화에 끼어들기 어렵고, 괜히 부담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것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기대의 문제일 수 있다.
내가 준비한 그릇만큼 담아 오면 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꼭 중심이 될 필요는 없다.
모든 대화에 참여할 필요도 없다.
모든 농담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된다.
함께 웃고, 한두 마디 나누고, 좋은 기운을 받아오면 된다.
나는 늘 그 자리에서 내가 준비한 그릇의 80% 정도만 담아 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산책길에서 모든 꽃을 다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꽃 한 송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사람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제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인정받는 능력이 아니라 편안하게 존재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억지로 돋보이려 하지 않고,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고,
억지로 인정받으려 하지 않는 것.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노년의 여유이며 품격이다.
나는 젊어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의미 없이 늙고 싶지 않을 뿐이다.
새벽에는 글을 쓰고,
낮에는 여행객을 만나고,
틈틈이 책을 읽고,
저녁에는 하루를 리뷰하며 마무리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가 좋다.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늙는 것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삶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사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건강과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살아 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다.
삶이 향하는 방향이다.

'75세 골든타임 > 마음의 돌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무탈, 淡然, 그리고 平常心 (1) | 2026.06.23 |
|---|---|
| 바꿀 수 없는 것에 인생을 소모하지 마라 (0) | 2026.06.22 |
| 충분히 싸워본 사람만이 알게 되는 것들 (0) | 2026.06.20 |
| 겸손(Humility) 아는 것이 많을수록 고개는 숙여진다 (1) | 2026.06.15 |
| 침착(Tranquility)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강하다 (0) | 2026.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