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
오름은 한라산의 분화 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를 말한다. 제주 어디를 가더라도 크고 작은 오름 하나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주 사람들에게 오름은 단순한 언덕이 아니었다.
소를 방목하는 목장이었고, 마을을 지키는 울타리였으며, 때로는 삶의 터전이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오름에 오른다. 새별오름, 따라비오름, 용눈이오름, 아부오름 등 각기 다른 모습의 오름들이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오름의 매력은 높은 산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라산처럼 몇 시간을 오르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걸어도 20분, 30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가 보이고, 멀리 한라산까지 시야가 열린다.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나는 이 모습이 인생과 참 닮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종종 큰 성공만을 꿈꾼다.
하지만 인생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실천인 경우가 많다.
하루 30분 운동하기.
하루 10쪽 책 읽기.
하루 한 편 글쓰기.
그 작은 행동들이 쌓여 어느 날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오름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 한 걸음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 있다.
고대 철학자 공자는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제주 오름은 그 말을 눈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정상에 오른 사람과 오르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첫걸음을 내디뎠느냐의 차이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제주에 살며 수많은 오름을 올랐다.
오름마다 모양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모두 같은 방법으로 올라갔다.
한 번에 뛰어오른 사람은 없었다.
결국 한 걸음씩 걸었을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확신하게 된다.
인생은 거대한 도약보다 작은 반복이 만든다.
오름은 그것을 가르쳐 준다.
높은 곳에 오르는 비결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이 쌓이면 어느 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济州, 깊이 읽기 > 제주역사 & 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주에서 배우는 인생 ⑦ 내가 제주에 남은 이유 (0) | 2026.06.16 |
|---|---|
| 제주에서 배우는 인생 ⑥ 섬이 가르쳐 주는 거리 (0) | 2026.06.16 |
| 제주에서 배우는 인생 ④ 해녀가 보여주는 독립 (0) | 2026.06.14 |
| 제주에서 배우는 인생 ③올레길은 왜 사람을 변화시키는가 (1) | 2026.06.13 |
| 제주에서 배우는 인생 ②돌담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 (0) | 2026.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