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 사람이 아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중국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일했고, 중국 전역을 수없이 오갔다. 젊은 시절에는 늘 움직였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에 나는 제주에 머물게 되었다.
처음부터 제주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한라산 풍경에 감탄했고, 관광지의 매력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제주에서 발견한 것은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제주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천천히 걷게 만든다.
서울에서는 늘 서둘렀다. 중국에서도 늘 경쟁 속에 있었다. 더 빨리 결정해야 했고,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달랐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발걸음이 느려진다. 돌담 앞에 서면 잠시 멈추게 되고, 바다를 바라보면 생각이 길어진다.
나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생각할 시간’을 얻었다.
제주의 역사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거센 바람과 척박한 땅, 수많은 외침과 유배의 역사, 그리고 4·3의 아픈 기억까지.
그러나 제주 사람들은 그 모든 시간을 견디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돌담을 쌓았고, 바다로 나갔으며, 오름을 오르고, 길을 만들었다.
그 모습은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젊은 시절에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돈, 성공, 경력, 인정.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질문이 바뀐다.
무엇을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나는 지금도 드라이빙 가이드 일을 한다.
손님들과 제주를 다니고, 제주 이야기를 들려주고, 집에 돌아와 글을 쓴다.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하루하루의 기록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 것을.
제주에 남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곳은 내게 돈을 버는 장소만이 아니다.
생각하는 장소이고, 기록하는 장소이며, 인생을 정리하는 장소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나는 제주에서 성찰하는 삶을 배우고 있다.
새벽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올레길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며 하루를 남긴다.
그래서 나는 제주에 남아 있다.
바다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이곳이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제주가 나를 붙잡아 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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