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济州, 깊이 읽기/제주역사 & 인문학

제주 신화에서 배우는 인생 ② 오백장군, 너무 늦게 알게 되는 것들

by 郑师傅 2026. 6. 18.

제주에는 설문대할망과 함께 전해 내려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바로 오백장군 신화다.

설문대할망은 힘이 매우 센 거대한 여신이었다. 그녀에게는 오백 명의 아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어느 날 설문대할망은 오백 아들을 먹이기 위해 큰 가마솥에 죽을 끓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 발을 헛디뎌 가마솥에 빠지고 말았다.

설문대할망이 빠진 사실을 알지 못한 아들들은 배고픔에 죽을 먹었다.

그리고 뒤늦게 죽 속에서 어머니의 뼈를 발견하게 된다.

충격을 받은 아들들은 통곡했고, 결국 돌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오늘날 한라산 영실 일대의 기암괴석을 오백장군이라 부르는 것도 이 전설 때문이다.

물론 신화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왜냐하면 이 신화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부모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어릴 때는 부모가 해주는 것이 당연하고,

젊을 때는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를 뒤로 미룬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된다.

내가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었다는 것을.

부모는 늘 뒤에 서 있다.

앞으로 나서서 공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식이 잘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너무 늦게 깨닫는다.

살아 계실 때는 몰랐던 고마움을.

함께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신화 속 오백장군이 돌이 된 이유도 어쩌면 그것 때문인지 모른다.

후회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바라보며 서 있게 만든다.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젊은 시절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

공부를 해야 했고,

직장을 다녀야 했고,

중국으로 떠나야 했고,

먹고사는 일이 우선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가장 소중했던 순간은 의외로 평범한 날들이었다.

함께 밥을 먹던 시간.

별 의미 없이 나누었던 대화.

아무 일도 없었던 저녁.

그런 순간들이 사실은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가진 것보다 잃은 것을 통해 더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오백장군 신화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너무 늦게 알게 된다.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희생이 얼마나 깊은 것이었는지.

그리고 부모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였는지를.

그래서 나는 이 신화를 단순한 전설로 보지 않는다.

이것은 제주 사람들이 후손들에게 남긴 삶의 교훈이다.

고마움은 늦기 전에 표현하라고.

사랑은 있을 때 전하라고.

후회는 언제나 깨달음보다 늦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오늘도 한라산 영실의 오백장군 바위들은 말없이 서 있다.

마치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 것처럼.

"당신은 아직 표현할 시간이 남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