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람들은 예로부터 아이의 탄생을 단순한 출산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한 생명이 세상에 오는 것은 하늘의 축복이며, 신의 보살핌이 함께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의 중심에 삼승할망이 있다.
삼승할망은 아이의 잉태와 출산, 그리고 성장을 돌보는 여신이다.
제주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삼승할망의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고,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며 정성을 다했다.
오늘날 우리는 의학의 발달로 출산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과 몇 세대 전만 해도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고 성장하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제주의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족 전체의 소망이자 공동체의 과제였다.
그래서 제주에는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정신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나는 삼승할망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모를 떠올린다.
부모는 아이를 낳는 것으로 역할이 끝나지 않는다.
잠 못 이루는 밤을 견디고,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고,
자신의 꿈 일부를 내려놓으면서 아이를 키운다.
그 과정은 희생이라기보다 사랑에 가깝다.
어쩌면 부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삼승할망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딸을 키우며 수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에는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바빴다.
학비를 마련해야 했고,
가정을 책임져야 했으며,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가장 소중했던 순간들은 의외로 평범한 날들이다.
함께 식사를 하던 시간,
학교 이야기를 듣던 저녁,
별것 아닌 대화를 나누던 순간들.
그런 시간들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의 말보다 부모의 삶을 보며 자란다.
부모의 가르침보다 부모의 태도를 배우며 성장한다.
그래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을 돌보는 일이 아니다.
한 인간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제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삼승할망을 모시고,
생명의 탄생을 신성하게 여겼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확신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 가운데 하나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고.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고,
집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을 바르게 성장시키는 일보다 더 큰 일은 드물다.
삼승할망은 오늘도 우리에게 말한다.
생명은 기적이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미래를 만드는 일이라고.
그리고 그 사랑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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